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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역사학회장, `중국 고구려사 왜곡` 정면 비판
  정기용기획국장   2006-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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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역사학회장, `중국 고구려사 왜곡` 정면 비판

북한이 국제무대에서 처음으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을 강하게 비판했다. 허종호 북한 역사학회장은 19일 후쿠오카(福岡)에서 열린 일본 국립박물관 주최의 고구려 유적 심포지엄에서 "일부 국외 학자들이 고구려가 중국의 속국, 지방정권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 식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엄중한 역사 왜곡"이라고 말했다.


허 회장은 북한 사회과학원 대표단으로 참석했다. 허 회장은 '중세 동아시아에서 고구려의 역사적 지위'란 제목의 발표 논문에서 "고구려는 (중국에 복속한 것이 아니라) 한.수.당 등 중원 정부와 당당히 맞서 싸운 자주적 주권국가였다"고 강조했다.


허 회장은
▶독자적인 연호를 쓴 것은 책봉 체제에 대한 무시이며 공개적 항거 표시였고
▶고구려 시조가 천자(天子)로 자칭하고 임금들도 태왕.성왕 등 황제급 칭호를 사용했으며
▶연개소문이 당나라의 내정간섭 기도를 물리치고 사신을 6년 동안 토굴에 감금한 사실 등을 근거로 들었다.


허 회장은 이어 중국이 '종주국-속국'관계의 근거로 내세운 당나라와의 조공에 대해 "봉건시대 국가 간 선물 교환이고 무역관계였으며 일보 후퇴해도 작은 나라가 생존을 위해 큰 나라와 평화적 선린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허 회장은 당초 토론에만 참석하기로 했으나 회의 전날 갑작스레 논문 발표를 자청했다.


또 함께 참석한 북한 사회과학원의 조희승 고구려사 연구실장은 고구려 무덤 벽화를 주제로 한 발표문에서 "안악3호 무덤과 강서 덕흥리 무덤이 한인(漢人) 또는 중국 망명객의 무덤이라고 하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하다"며 "무덤의 구조와 벽화 내용으로 볼 때 주인공은 고구려 사람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사람은 '삼국사기를 믿지 못하겠다'는 등의 딱지를 붙이지만 이는 고구려사를 비롯, 조선의 높은 발전 수준을 인정하기 싫어서 그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국제무대에서 중국 비판을 자제해 왔으나 11일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학술대회에서 남북 공조를 다짐했다.

이날 후쿠오카 회의엔 남북한.일본 외에 중국의 진쉬둥(金旭東) 지린(吉林)성 문물고고연구소장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중국 정부의 갑작스러운 참석 불허로 남북한과 중국 학자 간의 논쟁은 무산됐다.


한국 측 대표로 참석한 임효재(고고학)서울대 교수는 "고구려사 왜곡이란 민족 공통의 문제를 놓고 남북한 학자들이 처음으로 국제회의에서 한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후쿠오카=예영준 특파원[중앙일보] 2004.09.20